메이저리그 트레이드 데드라인 다음 날, 밀워키 브루어스 감독 팻 머피는 펜을 뚜껑에서 꺼내 들고 자신만의 메모를 끄적였습니다.
“조용히”, 이어서 “적을수록 좋다”라고 적었죠.
“우리 팀은 시즌 내내 트레이드 데드라인이나 마찬가지였어요." 머피가 대형 영입 없이 시즌을 이어가는 선수단에게 굳이 와서 설득하거나 위로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시즌 내내 최고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는데, 굳이 회의를 소집할 이유는 없다는거였죠. 대신 그는 같은 펜으로 당일 선발 라인업을 작성했습니다.
라인업 맨 위에는 그날 경기에서 유일하게 새로 합류한 선수 브랜든 록리지가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는 28세 외야수로, 빅리그에서 100타석 정도 타석에 들어가서 통산 홈런 1개를 기록한 선수입니다. “우리 스타일의 선수 같아요.” 머피가 말했습니다. 머피가 말한 ‘우리 스타일’은 곧 브루어스가 자신들을 어떻게 정의하는지를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수비력이 뛰어나고, 주루플레이에 능하며, 자신의 자아를 팀의 이익에 기꺼이 희생할 수 있는 선수들말이에요.
“본인이 누구인지에 대해 매우 경계심을 가져야 합니다." 머피가 말했습니다. “본인의 정체성과 경기에서의 영향력을 자각하는 것이 중요하죠."
브루어스는 이번 주말 뉴욕 메츠를 홈에서 상대하게 됩니다. 작년 포스트시즌 최고의 맞대결 중 하나였던 시리즈의 리매치가 되는 것과 동시에, 이번 10월의 전초전이 될 수도 있죠. 외야수 후안 소토를 영입하는데 7억 5천만불을 쓴 만큼, 메츠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당연하게 여겨졌습니다. 반면, 밀워키는 프런트가 구단주 마크 아타나시오에게 연봉 총액 삭감을 말려야 했던 팀이었습니다.
브루어스의 지난 10월은 클로저 데빈 윌리엄스가 피트 알론소에게 홈런을 맞으면서 허탈하게 끝났습니다. 오프시즌도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았죠. 밀워키는 2차례 올스타에 선정된 윌리엄스를 트레이드했고, 그 전 해에는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 코빈 번스를 내보냈습니다. 주전 유격수 윌리 아다메스는 FA로 떠났고, 그 사이 시카고 컵스는 전력을 강화하며 추격을 준비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브루어스는 다시 지구 1위 자리를 차지하며 회의적인 시선을 뒤엎었으며,적은 예산을 가지고도 성공할수 있다는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시즌이 이정도쯤 진행되면 외부 사람들이 다시 찾아와서 어떻게 이 팀-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마켓이 작은 팀이자, 페이롤도 뒤에서 3번째인-이 잘나가는지 물어봅니다. 최근 7년 중 6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죠.
“우리는 매년 똑같은 방식으로 경기를 이깁니다." 팀 내 최장수 야수이자 유일하게 1억불 계약을 맺은 크리스티안 옐리치가 말했습니다. "우리 팀에는 기준이 있어요. 우리만의 정체성을 가지고 경기를 치루죠. 그리고 모든 선수들이 그 정체성을 따릅니다."
올 시즌 브루어스의 공식은 전력 구성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브루어스는 장타력은 부족하지만 기본기에 매우 충실한 야구를 펼칩니다. 머피와 코칭스태프는 팀 전체의 전술 실행을 강조하죠. 누구도 타선의 무게를 홀로 짊어지지 않으며, 타선은 9이닝 내내 상대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FanGraphs에 따르면, 주루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만들어낸 팀이 바로 브루어스입니다. 선수 개발부서는 구단을 신뢰하는 투수들을 지속적으로 육성해 왔습니다. 선수들은 대도시 구단에서처럼 큰 외부의 압박 없이 경기에 임합니다.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된 이상한 폭풍같아요.” 투수 브랜든 우드러프가 말했습니다.
그 폭풍의 중심에는 머피가 있습니다. 올해 66세인 그는 대학 야구 감독을 거쳐, 지난 시즌 크레이그 카운셀 감독이 컵스로 이적하면서 사령탑에 올랐습니다. 머피는 자신이 오랫동안 강조해온 ‘이타심’이라는 철학을 코칭스태프에게도 적용합니다. 그는 이를 위해 ‘체크 게임’이라는 독특하고 자존심을 누그러뜨리는 훈련을 고안했습니다. 이는 누군가 자기를 과시하거나 거들먹거릴 때마다 체크 표시를 주는 게임입니다.
머피의 인생은 굴곡의 연속이었지만, 결국 이 자리까지 데려다 놓았습니다. “끔찍했던 기억 하나를 말씀드릴까요?” 머피가 말했습니다.
머피는 카운셀의 벤치코치로 8년간 활동하는 동안 이 체크 시스템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는 화이트보드에 체크 표시를 해놨습니다. 전 불펜코치 스티브 카세이가 양키스 동료였던 데릭 지터를 ‘지츠(Jetes)’라고 부른 것, 그것도 체크. 카운셀이 글러브를 구장에 들고 온 것도 체크. 그리고 전 타격코치 앤디 헤인스가 당시 CBO였던 데이비드 스턴스에게 조언을 구하려 했던 일화도 체크였습니다. 참고로 스턴스는 현재 뉴욕 메츠를 이끌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 코치실에 있었는데, 헤인스가 스턴스에게 ‘데이비드, 이 질문은 꼭 위 사람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스턴스가 ‘그래, 뭔데?’라고 하더군요. 그 순간 제가 말했죠. ‘잠깐만요. 체크입니다, 스턴스. 당신이 위 사람이에요? 이 구단, 마크가 주인 아닌가요?’” 머피가 당시를 회상하며 말했습니다.
머피는 이 ‘체크 시스템’을 단지 코칭스태프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맷 아널드 단장이 이끄는 프런트에도 똑같이 적용합니다. 그는 그들을 ‘상아탑(Ivory Tower)’이라 부릅니다. “상아탑 체크란 놈들이 불쑥 나타나 ‘이렇게 해보는 게 어때?’라고 말할 때 생깁니다. 그건 체크에요." 머피가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스카우팅 부서 사람이 파이어볼러 제이콥 미시오로프스키를 먼저 알아봤다고 자랑한다면? 체크입니다. 분석 부서에서 앤드류 본의 마이너리그 타구 데이터를 보고 가능성을 알아봤다고 자신한다면? 그것도 체크입니다. 누군가 퀸 프리스터 영입을 위해 드래프트 보상픽을 넘긴 판단을 칭찬한다면? 네, 역시 체크입니다.
브루어스는 트레이드 데드라인 몇 주 전, 이 모든 선수들을 미리 영입했습니다. 프리스터를 영입한 트레이드는 구단이 시장 규모를 어떻게 전략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브루어스는 지난해 윌리 아다메스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7년 1억 8,200만불 계약을 체결한 댓가로 보상 지명권을 받았으며, 또 하나는 MLB 노사협정에서 수익이 가장 적은 구단을 돕기 위해 마련된 조항으로 인해 추가로 받은 것이었습니다.
올해 4월, 아놀드는 두 번째 보상 지명권(전체 33번)을 두 명의 유망주와 함께 내주는 댓가로, 2019년 1라운더였지만 보스턴의 개막 로스터에 들지 못한 퀸 프리스터를 영입했습니다.
“우리 클럽하우스에는 오랜 시간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이 많습니다." 아놀드가 말했습니다.
프리스터는 팀에 합류하자마자 구체적이지만 단순한 지시사항을 전달받았다고 밝혔습니다. 브루어스는 그에게 94마일 싱커를 바깥쪽 낮은쪽으로 집중적으로 던져 땅볼을 유도하라고 요구했습니다. 92마일 커터는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모서리에 꽂히도록 제구해야 했죠. 주자 견제 능력 부족은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이곳에서는 작은 요소들이 중요하다는 점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습니다.
“그런 사소한 요소들이 경기를 단순하게 만들고, 재밌게 만들며, 긴장을 풀어줍니다” 프리스터가 말했습니다. “그런 요소 하나하나가 결국 경기를 바꿔놓을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됬어요."
프리스터는 시즌이 진행되며 점점 안정감을 더해가던 선발진에 확실한 균형을 더해줬습니다. 브랜든 우드러프는 지난해 어깨 수술로 결장한 뒤 7월에 복귀했고, 프레디 페랄타는 지난달 두 번째 올스타에 선정되었습니다. 그는 올스타전에서 제이콥 미시오로프스키와 나섰습니다. 미시오로프스키는 2022년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지명된 6피트 7인치짜리 투수이자, 체인지업이 92마일을 찍을 정도로 불같은 강속구를 뿌리는 루키입니다.
이 팀은 또한 선수 보호를 위한 충분한 뎁스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7월 말 미시오로프스키가 타구에 정강이를 맞았을 때, 브루어스는 그가 통증을 감추며 팔에 무리를 줄 위험을 감수하지 않도록 곧바로 부상자 명단에 올릴 수 있었습니다. 1루수 리스 호스킨스가 지난달 엄지 손가락을 다쳤을 때도 대체 자원이 준비되어 있었죠.
밀워키는 앤드류 본을 콜업했습니다. 그는 2019년 드래프트 전체 3순위 지명자였지만, 시카고 화이트삭스에서 커리어가 정체된 상태였습니다. 본은 6월까지 마이너리그에 머물고 있었고, 그 무렵 브루어스 투수 애런 시발레가 불펜으로 이동한 뒤 트레이드를 요청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놀드는 시발레를 본과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단행했죠. 본은 호스킨스가 이탈할 때까지 트리플A에 있었습니다.
“앤드류에게 새로운 환경과 다른 수준의 압박감을 주는 것이 긍정적인 변화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었습니다." 아놀드가 말했습니다.
프리스터와 마찬가지로, 본도 콜업 당시 구체적인 지시사항을 받았습니다. 스트라이크는 반드시 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곧바로 밀려날 수 있다는 메시지 역시 명확했습니다. 이는 머피의 전형적인 지도 스타일이기도 합니다.
“결국 여긴 프로야구판이에요” 옐리치가 말했습니다. “사람들이 그걸 종종 잊는 것 같아요. ‘잘하고 있어, 괜찮아’ 이런 말을 듣고 싶어 하지만, 가끔은 괜찮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여긴 메이저리그입니다. 다른 걸 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리그도 있지만, 여긴 그런곳이 아니에요."
본은 그 강한 메시지에 제대로 반응했습니다. 브루어스 유니폼을 입고 나선 첫 20경기동안, 그는 타율 .371, 6홈런, OPS 1.118을 기록했습니다. 본이 브루어스 타선에서 유일한 새 얼굴인 것은 아닙니다. 외야수 아이작 콜린스는 NL ROY 수상 가능성이 있으며, 데빈 윌리엄스를 양키스에 넘기고 데려온 케일럽 더빈은 주전 3루수로 자리매김하고 있죠.
본은 브루어스가 10월에 필요한 장타력을 더해줬습니다. 최근 타격감을 끌어올린 포수 윌리엄 콘트레라스도 희망적인 요인이죠. 브루어스는 2018년 이후 포스트시즌에서 시리즈승리를 거둔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옐리치는 올해만큼은 다를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우리 팀 문화는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거에요." 옐리치가 말했습니다. “혼자서 팀을 짊어지지 않아도 된다는 편안함이 있으면, 그냥 최선을 다해 경쟁하고 재밌게 경기하며, 있는 힘껏 부딪칠 수 있습니다. 결국 그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전부죠."
앞으로 몇 달은, 브루어스가 ‘자신들만의 스타일을 가진 선수들’로 우승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https://www.nytimes.com/athletic/6539068/2025/08/07/milwaukee-brewers-mlb-best-record/
번역출처 :엠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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